2022년도에 반도체주는 다운턴을 심하게 겪었습니다. 반도체는 굳이 언급하기도 진부할 만큼 산업의 기본이 되는 부품인데 1년 사이에 이 정도 빠진다는 것은 분명 과대낙폭입니다. 현재 주가가 확실히 저렴한 가격에 와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습니다.
2022년 반도체 업계에 과거랑은 분명 다른 부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반도체 수요와 반도체 가격이 동시에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 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완충작용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2022년도에는 가격과 수요가 동시에 떨어져 버리면서 주가도 함께 곤두박질쳤습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처한 반도체주의 전망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반도체 지수는 예전처럼 반등할 수 있을까?
지난해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6% 정도 하락했습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30% 이하로 떨어졌던 적은 2002년과 2008년 딱 두 번 있었습니다. 그렇게 두 번 하락했던 이후에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년 만에 70% 이상 상승 했습니다. 2002년도에 46% 빠진 후에 1년 만에 79% 올랐습니다. 그리고 2008 년도에 48% 하락하고, 1년 만에 75% 상승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반도체 가격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늘었고, 이것이 주가를 반등시킬 하나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이번에는 반도체 가격도 떨어지고 수요도 떨어진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예전처럼 반등 시 큰 폭으로 반등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쉽게 예전처럼 더 많이 상승할 거라고 대답하기 어렵습니다.
PC 수요 하락, 중고 스마트폰 수요 증가
PC의 수요가 줄어든 것도 반도체 수요 하락과 관계가 있습니다. 팬데믹 버블이라고 해야 할까요? 2020년과 2021년 이 두 해에 엄청나게 PC의 수요가 폭발합니다. 재택근무, 화상회의, 자가격리 등으로 인해서 PC의 수요가 증가한 것이죠. 그래서 언택트라는 용어가 자연스러워졌고, '팬데믹이 끝난다고 해도 다시 언택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 대부분이 돌아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보고 있듯이 이미 언택트에 대한 수요는 끝났고, 더 이상 화두가 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 역시 반도체 수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판매량을 기준으로 스마트폰이 가장 좋았던 해는 2016년이었습니다. 2016년을 피크로 지금까지 계속해서 스마트폰 판매량은 하락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중국의 경우에 2016년도 스마트폰 판매량은 4억 7천만 대 정도 됐습니다. 하지만 2022년도는 2억 7천만 대였습니다. 중국에서만 2억대가 줄어든 셈입니다. 하지만 시장 조사를 해 보면 스마트폰 전체시장은 줄어들지 않았습니다. 근데 왜 판매량은 줄어들었을까요? 그 이유는 중고폰 유통 때문입니다. 중고폰 시장이 커질수록 새 제품을 만드는 제조사의 판매량은 늘어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Made by Apple
애플이 지난주에 앞으로 자체 디스플레이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지금까지 반도체칩은 애플이 직접 해왔습니다. 하지만 브로드컴(Broadcom)이라는 회사로부터 Wi-Fi 칩이나 Bluetooth 칩, 모뎀 칩을 비롯한 커넥트비티 칩들은 구매해오고 있었는데 이것도 2025년부터 직접 내재화 설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반도체의 헤게모니가 애플과 같은 세트업체가 직접 반도체까지 하는 쪽으로 방향이 바뀌지는 않을지, 그래서 실제로 이렇게 된다면 반도체 주가의 밸류에이션은 하향 조정되지는 않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의 저평가 탈출 시나리오
먼 미래의 일일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계의 긍정적인 시나리오를 하나 살펴보자면 인공지능 등으로 인해 데이터량이 엄청나게 방대해지는 상황이 올수록 컴퓨터의 구조자체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는 시기가 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미 CPU에 메모리를 부착하는 것이 아니라 메모리에 CPU를 부착하는 컴퓨터 구조에 대해서 연구가 진행 중입니다. 쉽게 얘기하자면 현재는 메모리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CPU로 전부 보내면 CPU가 필요한 데이터를 걸러내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메모리에 CPU를 부착하는 방식으로 바뀌면 메모리 자체가 생각을 해서 데이터를 선별하기 때문에 막대한 데이터의 이동이 불필요해집니다.
이런 식으로 컴퓨터의 메커니즘 자체가 변화하게 된다면 메모리 반도체를 제조하는 삼성전자나 하이닉스가 주도적으로 시장을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당장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전략적으로 중요한 포지션을 가져갈 수 있는 포인트입니다. 그렇다면 시장에서 현재의 저평가 밸류에이션이 상향 조정될 수 있습니다.
2024년을 바라보는 반도체 주가
이번 4분기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는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큰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렇게 급격하게 안 좋아질지 내부에서도 전혀 예측을 못했다는 것이죠.
삼성의 2022년 영업이익은 43조였습니다. 올해 시장의 컨센서스는 43조의 절반 정도 되는 걸로 보고 있습니다. 25조에서 20조 사이, 하물며 10조 대를 전망하는 증권사도 있습니다.
작년의 주가를 보자면 업황이 좋았음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많이 하락했었다는 것은 거꾸로 이야기하면 위에서 설명한 악재들이 이미 주가에 녹아들었고, 이번 주가의 하락이 바닥을 찍었다고 생각해도 좋다는 것입니다. 삼성전자를 예를 들면 주가가 보통 9개월을 먼저 선반영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제부터 주가가 반영할 점은 2024년의 반도체 업황이 어떨 것이냐 하는 점입니다.
결국 주가가 상승할 수 있느냐는 반도체 재고에 달렸습니다. 재고가 줄어드는 시그널이 보이면 24년 반도체 업황이 좋다는 걸로 판단하면 됩니다. 하지만 삼성은 감산을 하지 않는다는 발표를 한 적이 있어 반도체 재고가 줄어드는 상황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과연 올해 반도체주가 예전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반등할 수 있을지 반도체주를 전망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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